서울임상심리연구소
   
  상담은 무엇으로 하나요?
  글쓴이 : 최고관리자     날짜 : 15-07-31 13:27     조회 : 5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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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과 심리치료를 염두에 두고,
전화문의를 하시는 분들이 꼭 묻는 질문중 하나입니다.

이 질문에 대해 매번 잘 대답하고 싶으나,
막상 답변을 끝내고 나면 미진한 느낌이 남곤 합니다.
그래서 초록칠판을 빌어서, 한번 모범 답변을 시도해 보려 합니다.

상담을 무엇으로 하고,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묻는 분중에는
특별한 프로그램이나 도구가 사용되는지를 궁금해 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주의력이 부족하거나 게임에 몰두되어 있는 자녀를 둔 부모님의 경우에는
집중력을 높이고, 충동 조절력을 향상시키는 훈련 절차
(가령, 뇌파 탐지기와 첨단 컴퓨터를 이용한 것)를 기대하시는 것 같습니다.

저는 특별한 도구 없이
그냥 마주 앉아서 대화를 합니다 라고 답하곤 합니다.

뾰족한 수 없이 마주 앉아서 이야기를 나눌 뿐이라는 저의 대답이
저의 귀에도 설득력이 없이 들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사실인 것을 어쩌겠습니까?
더 첨가해서 화려하게 꾸밀만 한 것이 상담과 심리치료에는 없습니다.

저는 내담자분의 말을 가능한한 가장 높은 집중력을 가지고 듣고
그분의 눈을 바라보고
몸의 움직임을 세밀하게 감지하고 관찰하려고 노력합니다.

또한 멍하게 듣기만 하는 상태에서 머물러 있지 않으려 하며
틈이 나는 대로, 제가 알아들은 바를 돌려 드려서 제 이해가 정확했는지를 확인하고
내담자분이 그런 상황에서 어떤 느낌을 경험했을지 공감하려 애씁니다.

제가 주도적으로 뭔가를 묻기도 하나, 그런 경우는 드뭅니다.
대신에, 대화의 주도권을 내담자분께 돌리고
저는 한발짝쯤 뒤에서 열심히 따라갑니다.

특별할 것이 없는 이러한 다소 심심한 상황에서도
신기하게도 내담자분들은 정서적 위로를 느끼고, 힘을 얻으며,
자신 안에 숨겨져 있었던 지혜를 발견하곤 합니다.

마음이 편안해지고,
긴장이 풀리고,
희망이 보여서 뭔가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 동기가 살아나고,
게다가 자신이 미처 모르던 무엇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자신이 그렇게 약하기만 존재는 아니라는 것을 발견하고,
자신안에 티나지 않게 근성과 저력이 숨어 있었다는 것을 발견하며,
자신을 그렇게 힘들게 하던 어떤 문제가 왜 그렇게 아프게 다가왔는지를 알아차리게 되고,
고통이나 괴로움을 말끔히 제거할 수는 없을지언정
더 잘 견디면서 나의 중요한 가치를 위해 살아가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상담과 심리치료는
겉보기에는 뾰족한 수가 없지만,
수수하지만 잘 안배된 대화 속에서
내담자들이 자신에 대한 발견을,
자신의 손으로 해내가는 과정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내 손으로,
내가 땀을 흘려,
내가 아파 가면서 얻어낸 어떤 발견과 깨달음은
그 효과가 매우 강력합니다.

그 약효가 오래 가며,
머릿속의 이해에 그치지 않고 자신과 환경을 변화시키기 위해
용감하게 행동하도록 북돋습니다.

"상담은 무엇으로 하는가?"에 대해
제가 오늘 드릴 수 있는 답은 이 정도입니다.
다소 추상적으로 다가오고, 과연 가능할까 라는 의구심이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음 번 다른 글을 통해
상담에 대해 여러분의 이해는 더 돕고, 의문은 풀어드리는 시도를 계속 하겠습니다.


                                                                                                - 황 성 훈